
[환경포커스=순천] 여수에서 녹색전환(GX)의 방향이 논의된 다음 날, 순천만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 해답을 보여주고 있었다. 회의장과 발표장이 아닌, 바람이 스치는 갈대밭 사이에서였다.
순천만 습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고즈넉한 풍경이었다. 물과 갯벌, 갈대가 이어지는 풍경은 이미 여러 차례 사진과 영상으로 접해온 곳이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은 최소화되어 있었고, 자연이 스스로 숨 쉬고 있는 공간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다가왔다.
그 가운데 한편에서는 ‘새갈대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다소 낯선 표현이었다. 새로 심는 갈대를 의미하는 것인지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의미가 분명해졌다. 이는 봄철 새순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난해 갈대를 베어내는 작업으로, 순천만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전통적인 생태 관리 방식이다.
갈대를 제거하는 단순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햇빛과 공간을 확보해 새순의 생장을 돕고, 동시에 탐방로 주변 환경을 정비해 생태계와 사람의 공존을 유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작업이 행정 주도가 아닌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순천만 일대 주민들은 갈대 관리뿐 아니라 철새 서식지 보전, 친환경 농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습지 관리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참여형 관리 구조는 단순한 자연 보호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역할과 책임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순천만의 가치는 단순한 경관을 넘어선다. 이곳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의 핵심 거점으로, 흑두루미를 비롯한 국제적 보호조류가 서식하는 세계적인 생태 공간이다. 과거 167마리에 불과했던 흑두루미 개체수가 현재는 수천 마리 규모로 회복된 것은 서식지 보전과 환경 개선의 결과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한 보호 정책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전봇대 철거, 농경지 관리 전환, 친환경 농업 도입 등 지역 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함께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주민 설득과 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블루카본’이다. 순천시는 갯벌을 탄소 흡수원으로 활용하는 실증 사업을 추진하며, 순천만을 미래 탄소중립 자산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는 습지를 단순히 보전해야 할 공간이 아닌,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인프라로 바라보는 접근이다.
도심과 순천만을 연결하는 공간 설계 역시 인상적인 대목이다. 도시–완충–보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기반으로 생태축을 복원하고, 인공 구조물을 제거해 자연 상태에 가까운 환경을 회복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녹색전환은 정책 선언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여수에서 논의된 GX가 ‘방향’이라면, 순천만은 그 방향이 실제로 구현되는 ‘현장’이었다. 그리고 그 현장 한가운데에는 ‘새갈대 작업’과 같은 소박하지만 지속적인 실천이 자리하고 있었다.
고요한 갈대밭에서 이루어지는 이 작은 작업이야말로,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전환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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