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포커스=예천] 경북 예천 산자락 깊은 곳에 자리한 예천양수발전소는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한 산중 댐 시설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하 수백 미터 공간에서는 대한민국 전력망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거대한 전력 저장 시스템이 쉼 없이 대기하고 있었다.
양수발전은 일반적인 수력발전과는 구조부터 다르다. 자연적으로 흐르는 강물의 낙차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 남는 전기로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린 뒤 전력이 필요한 순간 다시 물을 떨어뜨려 발전하는 방식이다. 전기를 물의 위치에너지 형태로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즉시 꺼내 쓰는 ‘거대한 물 배터리’에 가깝다.
한국수력원자력 예천양수발전소는 총 설비용량 800MW 규모로 400MW급 발전기 2기를 운영하고 있다. 상부댐과 하부댐의 낙차는 484m에 달하며, 국내 수력양수 설비용량의 약 12%를 담당하고 있다.
현장을 찾은 기자단은 지하발전소 내부를 직접 둘러봤다. 발전소 내부는 거대한 암반을 뚫어 만든 지하 공간이었다. 발전기와 수차를 연결하는 대형 샤프트축, 송전 전압으로 승압하는 주변압기, 지하 깊숙이 연결된 수로터널이 복잡하게 이어져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지하발전소를 암반 속에 축조한 구조”라며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345kV 송전선로로 보내기 위해 주변압기를 통해 승압한다”고 설명했다.
예천양수발전소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른 대응 속도다. 원자력발전이 재기동까지 약 40시간, 석탄화력이 약 14시간, 복합화력이 약 2시간 정도 필요한 반면 양수발전은 급전 지시 후 수분 내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현장 관계자는 “양수발전은 급전 지시를 받으면 3~5분 내 발전이 가능하다”며 “피크부하 대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예천양수발전소는 전력계통 사고나 전력 수급 불안 상황에서 즉시 대응 가능한 ‘5분 대기조’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발전소 자료에서도 양수발전은 “전력계통 사고 시 5분 대기조 역할 수행” 기능을 담당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양수발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출력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즉각 대응 설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장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량이 갑자기 증가하거나 대형 기저발전소가 정지하는 등 전력계통 상황에 따라 급전 지시가 실시간으로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발전 여부 역시 발전소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력거래소의 급전 지시에 따라 양수 또는 발전 운전이 결정되며, 정해진 시간 내 대응하지 못할 경우 페널티도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예천양수발전소는 단순한 발전시설을 넘어 지역과의 공존 모델도 함께 구축하고 있었다. 발전소 측에 따르면 예천양수는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으로 건설된 국내 드문 사례다. 사업소장은 “당시만 해도 발전소 유치 반대가 많았지만 예천은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유치 경쟁을 벌였던 특이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발전소는 지방세와 장학사업, 지역지원사업 등을 포함해 연간 약 19억원 규모의 지역 지원을 이어가고 있으며 , 지역업체 계약과 지역주민 고용 등을 통한 경제효과도 연간 약 64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소개됐다.
산속 깊은 곳에서 조용히 물을 끌어올리던 발전소는 전력망이 흔들리는 순간 단 몇 분 만에 거대한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이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계통 안정이라는 두 과제가 동시에 요구되는 시대, 예천양수발전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한민국 전력망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시설로 작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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