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포커스=파주] 그동안 전력과 수도는 같은 생활 기반시설이면서도 서로 다른 시스템으로 관리돼 왔다. 전기는 한국전력공사의 원격검침망을 통해 실시간 관리되는 반면, 수도는 여전히 검침원이 직접 계량기를 확인하는 방식이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동일한 공간에서 운영되는 기반시설이지만 관리체계는 분리돼 있었던 것이다. 이번 '전력·수도 지능형 원격검침(AMI) 통합사업'은 이러한 경계를 허무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국전력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파주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력과 수도 검침 인프라를 하나로 연계하는 실증사업에 착수했다. 올해 2월 출범한 '물-에너지 융합 포럼'에서 제안된 핵심 과제를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사업의 핵심은 이미 전국적으로 구축된 전력 AMI를 수도 분야에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전력 AMI 보급률은 91%를 넘어 사실상 전국망이 완성된 반면 수도 AMI는 24%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도 계량기와 통신설비를 별도로 구축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혀 왔다.
정부는 기존 전력 통신망에 수도 데이터를 함께 연계하는 방식을 적용해 수도 원격검침 구축비를 약 25%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별도의 통신망을 새로 구축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증사업은 파주시 1천 가구를 대상으로 추진된다. 주민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전력과 수도 사용량을 동시에 조회하고 통합 요금 알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향후에는 누수 위험을 조기에 알려주거나 독거노인의 생활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등 사회안전망 기능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검침 자동화를 넘어 생활 데이터를 활용한 공공서비스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이번 사업이 갖는 의미는 비용 절감에만 있지 않다. 전력과 수도를 각각 운영하던 체계를 하나의 데이터 플랫폼으로 연결함으로써 도시 인프라 운영방식 자체를 바꾸는 첫걸음이라는 점에 있다. 향후 데이터센터, 수열에너지, 양수발전, 가상발전소(VPP) 등 다양한 물·에너지 융합 정책과도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물-에너지 융합 포럼'은 통합 검침 외에도 수열에너지 확대, 하수처리장 에너지 활용, 수소 생산기반 강화 등 12개 과제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결국 이번 협약은 계량기를 하나로 묶는 사업이 아니라, 물과 에너지를 하나의 기반시설로 바라보는 정책 전환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국민 편익과 사회안전망까지 확대하려는 새로운 물관리 정책의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