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플라스틱, 선언을 넘을 수 있을까

  • 등록 2025.12.26 23: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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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흐름 분석 첫 공개…원천감량부터 재활용까지 ‘전주기 정책 설계’
-컵 가격 표시·빨대 제공 방식 쟁점화…정책 수용성 확보가 과제로

[환경포커스=국회] 플라스틱은 산업과 일상의 편리함을 상징해왔지만, 생산과 소비,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은 이미 사회적 비용의 영역으로 넘어섰다.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재활용률은 정체되고 소각·매립 비중은 여전히 높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기 위해 정부가 다시 ‘탈플라스틱’을 정책 의제로 꺼내 들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플라스틱 문제를 전 주기 관점에서 재설계하는 정책 방향을 공개했다. 이번 대책은 개별 규제나 캠페인 차원을 넘어, 플라스틱의 원료·생산·소비·회수·재활용 전 단계를 하나의 정책 흐름으로 묶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 정책의 출발점, ‘물질흐름 분석’

이번 종합대책의 출발점은 국가 차원의 플라스틱 물질흐름 분석이다. 정부는 원료 투입부터 제품 생산, 소비, 수거, 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계량화해 분석함으로써, 그동안 단편적으로 파악돼 온 플라스틱 문제를 구조적으로 진단했다. 분석 결과, 국내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연평균 7%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사용 수명이 짧은 포장재·용기류가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물질 재활용 비율은 20%대에 머물고, 소각·매립 비중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이 분석을 토대로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30% 감축하고, 재생원료 사용을 확대해 순환 이용 중심의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정책을 선언이 아닌 수치와 구조를 기반으로 설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의 네 가지 축

정부가 제시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은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원천감량이다. 신재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폐기물부담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는 가격 신호를 강화한다. 이 과정에서 음료 가격에 내재된 일회용 컵 비용을 영수증에 별도로 표시하는 ‘컵 가격 표시제(가칭)’가 논의됐다.

 

둘째는 설계·생산 단계의 전환이다.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재사용·재활용 가능성을 고려하는 에코디자인을 도입하고, 내구성·수리 용이성·재생원료 사용 여부 등을 기준에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셋째는 재활용 고도화다. 재생원료 사용 의무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대상 품목을 넓혀 물질 재활용 중심의 체계를 구축한다. 단순 열적 재활용 비중은 점진적으로 줄이고, 고품질 재생원료 공급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넷째는 이행 기반 강화다. 플라스틱 전주기를 추적·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정책 이행 과정에 산업계·시민사회·국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 컵 가격 표시와 빨대 제공 방식, 정책 수용성의 시험대

이번 토론회에서는 정책의 큰 방향에 대한 공감과 함께, 일부 제도의 설계 방식과 수용성을 둘러싼 질문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대표적인 쟁점은 ‘컵 가격 표시제(가칭)’와 빨대 제공 방식이었다.

 

컵 가격 표시제와 관련해 참석자들은 “가격을 새로 부과하지 않는다는 취지와 달리,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음료 가격에 이미 포함돼 있던 비용이 분리돼 표시될 경우, 제도의 취지가 ‘감량 유도’가 아닌 ‘가격 인상 논란’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정부는 “컵 가격을 추가로 받는 제도가 아니라, 기존 비용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이라며, 제도 명칭과 안내 방식, 홍보 전략 등을 포함한 보완 필요성을 인정했다.

 

빨대 제공 방식 역시 주요 논의 대상이 됐다. 현행 ‘요청 시 제공’ 원칙이 유지될 경우, 소비자가 매번 요청해야 하는 불편과 함께 매장 운영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버블티나 슬러시처럼 빨대 없이는 음료 섭취가 어려운 업종에 대해 예외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업종 특성과 소비 행태를 고려해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설계도는 공개됐다, 이제는 작동 방식의 문제

이번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은 정부가 플라스틱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어떤 구조로 전환을 시도하려는지를 비교적 명확하게 보여준다. 원천감량과 재활용 고도화, 설계 단계의 변화까지 아우르는 전 주기 접근은 정책적으로 의미 있는 시도다.

김성환 장관은 “탈플라스틱은 환경 정책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과제”라며 “정책은 아직 설계 단계이며, 현장과 국민 의견을 반영해 최종안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최종 대책은 내년 초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설계도를 공개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설계가 실제 산업과 소비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 것인가다. 탈플라스틱이 선언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의 가정과 현장의 현실이 만나는 지점을 면밀히 점검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환경포커스 2026년 1월호에 특집 기사로 상세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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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령 기자 ecofocu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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