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포커스=세종] 법은 멈췄다. 40년 넘게 이어져 온 곰 사육과 웅담 채취는 제도적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보호는 아직 진행형이다. 농가에 남은 199마리의 곰, 매입 협상의 지연, 완공을 기다리는 보호시설은 ‘종식’ 이후의 현실을 묻고 있다. 이번 정책은 단순한 금지 조치를 넘어, 법 이후의 책임과 실행을 시험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 법은 완성됐다…40년 곰 사육의 제도적 종식
1980년대 농가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허용됐던 곰 사육은 동물복지 인식의 변화와 국제적 기준 강화 속에서 오랜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정부와 지자체, 동물단체, 사육농가는 2022년 ‘곰 사육 종식 협약’을 체결하며 단계적 종식을 합의했고, 그 결과 개정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을 앞두게 됐다.
2026년 1월 1일부터 곰의 소유·사육·증식과 웅담 채취는 전면 금지된다. 정책적으로는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전환점이다.
■ 매입은 지연되고 있다…199마리가 남긴 숙제
그러나 법의 완결과 달리 현장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매입돼 보호시설로 이송된 곰은 34마리에 불과하며, 11개 농가에는 여전히 199마리가 남아 있다. 매입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농가와 동물단체 간 매입 단가에 대한 인식 차이다.
정부는 이 간극을 완화하기 위해 사육 금지 규정에 6개월의 계도기간을 두고, 그 기간 동안 농가가 임시 보호를 수행할 경우 관리 비용을 지원하는 보완책을 제시했다. 이는 사실상 매입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한 정책적 완충 장치다.

■ 계도기간은 유예가 아니다…엄정한 금지의 선 긋기
정부는 계도기간이 추가 유예로 오해받지 않도록 분명한 선을 그었다. 계도기간 중에도 웅담 채취와 불법 행위는 즉각적인 단속과 처벌 대상이다. 특히 내년 1월 1일부터는 웅담 채취 목적의 행위 자체가 전면 금지돼, 이를 이유로 사육을 지속할 여지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책의 목표는 명확하다. 6개월 내 전원 매입과 보호다.
■ 보호시설은 충분한가…공공·민간의 역할 시험대
보호의 또 다른 관건은 시설이다. 올해 9월 개소한 전남 구례 공공 보호시설을 비롯해 공영·민영 동물원, 민간 생추어리가 분산 수용에 나서고 있지만, 침수 피해로 지연된 서천 보호시설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추가적인 공공·민간 보호시설 확보와 해외 이송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보호시설 확충 여부는 ‘종식 선언’이 실제 보호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가르는 핵심 변수다.
■ ‘마지막 한 마리’까지…정책의 완성은 현장에 있다
곰 사육 종식은 단순한 동물 보호 정책이 아니다. 법 제정 이후 현장에서 어떻게 책임을 이행할 것인가를 묻는 정책 실험이다.
마지막 한 마리가 구조되고 보호시설에 안착하는 순간까지, 이 정책은 끝나지 않는다. 종식은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보호가 이뤄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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