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포커스=국회] 1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2차 정책 토론회’는 정책 설명의 장이라기보다, 원자력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그대로 드러난 현장이었다. 토론회장 안에서는 원전의 역할을 둘러싼 기술적·정책적 논의가 이어졌지만, 방청석의 분위기는 이미 찬성과 반대로 뚜렷하게 갈라져 있었다. 박수와 침묵, 고개를 끄덕이는 움직임과 굳은 표정이 교차하며, 이날 공청회는 ‘에너지 믹스’ 논쟁이 단순한 전원 구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날 토론회는 신규 원전 2기 문제를 포함한 향후 전력 수급 구조를 놓고 정부가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두 번째 공개 토론 자리였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인사말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안정성, 산업 경쟁력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현실적 숙제가 있다”며 “이번 토론회는 결론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규 원전 문제 역시 공개적 논의를 통해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발표보다 토론, 설명보다 충돌이 남은 자리
발표 세션에서는 전력계통의 불안정성,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덕커브 문제, 원전의 경직성 완화 가능성 등이 기술적으로 제시됐다. 전력거래소와 한수원, 학계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원전과 저장자원, 계통 보강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의 무게중심은 점차 발표 자료 밖으로 이동했다. 원전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이 나올 때마다 방청석 일부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고, 반대로 안전성과 사회적 수용성 문제가 언급될 때는 다른 쪽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토론자들의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분위기가 갈리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토론’보다 ‘대립’이 더 선명해지는 순간도 적지 않았다.

같은 공간, 다른 전제… 공론장의 균열
이날 방청석의 풍경은 공청회라는 형식이 과연 숙의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찬성과 반대가 이미 굳어진 상태에서 한 공간에 모였지만, 서로의 전제를 설득하거나 이해하려는 흐름보다는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친 모습이었다. 일부 시민 발언과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쟁점은 반복됐고, 사회자의 중재가 필요할 만큼 감정의 온도가 올라가는 장면도 연출됐다.
정책 토론회가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아니라 ‘의견이 얼마나 갈라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로 기능할 때, 공론화의 실질적 의미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원전처럼 안전·기후·산업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일수록, 찬반 구도를 재현하는 방식의 공청회는 오히려 갈등을 고착화할 위험이 있다.

에너지믹스 논쟁, 기술을 넘어 사회로
정부는 이번 토론회를 포함해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향후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날 현장은 하나의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에너지믹스 논쟁은 더 이상 전문가의 계산이나 기술적 최적해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력 안정성과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에 동의하면서도, 원전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과 신뢰 수준은 여전히 크게 갈라져 있다.
국회에서 열린 2차 에너지믹스 토론회는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질문 하나는 또렷이 남겼다. ‘우리는 과연 원전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된 공론장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같은 장면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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