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포커스=칼럼] 샛노란 개나리가 봄을 터트렸다. ‘따뜻한 봄날에 만물이 자라나 흐드러진다’는 의미를 지닌 “만화방창(萬化方暢)” 그 자체다. 하지만 우리는 기꺼운 마음으로 찬란한 이 봄을 마냥 노래할 수만은 없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봄이 와도 봄이 아니다’라는 뜻을 가진 고사성어다.
연일 모든 나라 안팎이 코로나19 걱정으로 일상이 바뀌고 있다. 지인과의 만남은 미뤄지고, 회사업무는 재택근무로 바뀌며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공부를 한다. 봄꽃을 볼 겨를도 없이 이 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로 힘든 날들 때문인지 미세먼지에 무감각해져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는 초미세먼지가 매우 심각하여 우리네 일상생활의 불편함이 심각했다. 봄꽃을 시샘하는 미세먼지가 하늘을 덮어 밝은 밤하늘을 보기 힘들었다. 화창하고 따스한 봄의 기운을 흙먼지로 덮어버린 것이다.
미세먼지는 대표적인 자연재해이자 건강 ‘적색경보’다. 봄을 맞아 기지개를 펴야 할 몸을 망칠 수도 있다. 최근의 미세먼지는 오염물질의 농도도 짙어져 가히 테러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천식·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과 결막염·안구건조증 등 안과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인간이 미세먼지로 인해 봄을 앓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초미세먼지 발생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환경부는 미세먼지 저감대책의 법적 기반이 되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미세먼지 특별법’)’을 2019년 2월부터 시행하였으며, 또 12월 1일부터 처음으로 시행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지난 3월 31일로 종료되었다.
이번 계절관리제 기간 동안 지난해의 같은 시기와 비교하여 초미세먼지 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전국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세제곱미터당 24㎍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에서 약 27% 감소하였다.
또한, 국민의 미세먼지 체감도를 좌우하는 일평균 농도가 50㎍을 초과하는 고농도 일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8일이었으나 이번 계절관리제 기간에는 2일에 불과했다. 최근 초미세먼지 개선을 계절관리제의 정책효과, 기상영향, 코로나19 등 기타 요인에 따른 국내외 배출량 변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판단된다.
그 이유로는 먼저, 계절관리제 기간 동안 석탄발전소, 사업장 등 여러 부문에서 미세먼지 배출 감축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농도 개선에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한중 협력도 한층 강화되었으며 작년 11월부터 중국의 대기질 예보자료를 공유받아 국내의 미세먼지 예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한중환경협력센터에 양국 당국자와 과학자 간 소통의 장인 정보알림마당을 개설했다. 한중 환경부는 코로나19 대응상황에서도 영상회의, 서신교환 등을 통해 작년 12월 체결한 ‘청천계획 양해각서’의 후속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양국의 계절관리제 추진 성과를 공유하는 등 정책공조를 더욱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는 미세먼지에 왜 이리도 민감한 것인가? 중국의 미세먼지 속에 포함될 수 있는 납, 카드뮴 등의 중금속이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발생한 때에는 대기오염에 민감한 노약자 및 호흡기질환자를 위해 야외활동 자제 등의 미세먼지대비 행동요령 필요하며, 이제부터는 이를 정부가 알려준다. 이는 국민보건과 직결된 미세먼지 피해 방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대책 중 하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찍이 노자는 “천지(天地)는 불인(不仁)하다”고 했다. 이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세먼지를 비롯한 태풍, 폭우, 폭설, 전염병 등 자연재해는 인간의 기대와는 무관하게 발생한다. 이 같은 자연재해는 ‘신의 영역’으로 인간이 원하지 않는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미세먼지도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발생시점을 조기에 정확한 예보로 미리 대비하는 것이 첩경이다. 또 발생 시 예상되는 피해 규모와 범위, 위험도를 사전에 추정한 후, 국가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다. 이처럼 일견 명백해 보이는 미세먼지피해 저감 정책이 그동안 왜 잘 실현되지 않았으며 예보시스템 기술개발과 이에 필요한 시설은 왜 구축되지 않았는지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년간 지구에서 발생한 전염병만 1100건이 넘었다고 보고했다. 세균학자들은 북극 빙하가 녹을 때 빙하 속에 얼어 있던 수백만의 바이러스가 살아날 가능성을 주장했다. 기후변화로 북극이나 남극 빙하 아래에 잠든 고대(古代) 미생물이 다시 깨어난다면, 그리고 그 미생물이 우리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종류라면 고대 미생물은 인류에게는 엄청난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미생물뿐만 아니라 과거 인류가 배출했던 납· 수은 같은 유해 중금속, 유해 화학물질이 빙하와 함께 녹아내려 강과 바다로 흘러들게 된다.
그 예로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동토의 땅 시베리아에 탄저병이 발생한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의 온도 상승으로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오래전 탄저균에 감염된 동물의 사체가 드러났고, 거기서 병이 퍼졌다는 것이다. 당시 탄저균이 발생한 지역에는 이례적으로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진다. 강한 전염성으로 인해 생물학 무기로도 사용될 수 있는 탄저균은 얼어붙은 사람이나 동물 사체에서 수백년 동안 생존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베리아 탄저병 사태처럼 극지방의 얼음 속에 동결되어 있는 병균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되살아나면서 인류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미세먼지도 사람이 만든 산업재해 중 하나이다. 이는 지구온난화 연결되며 우리에게 또 많은 재해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알 수 없는 바이러스의 공포는 앞으로도 계속 올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부디 이번 코로나19라는 경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感)은 있지만,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력하자!
발행인 신미령